희망 일정을 선택하고 렌탈 가능한 제품을 알아보세요!
카트

현지 시선으로 본 도쿄 아오야마 파머즈마켓

농부들이 직접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야외 시장을 뜻하는 Farmers Market, Marché는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로 열리고 있어요. 그 중 도쿄에서 가장 오래 됐고, 제철의 먹거리와 식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Farmers Market@UNU(아오야마 파머즈마켓)를 소개해드릴께요.

by 신승리
2025.01.15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의 시작 

도쿄 도심 시부야역에서 10분, 오모테산도역에서 5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국제연합대학 앞마당에서 개최되고 있는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은 2009년에 시작 되어 올해로 16주년을 맞이한다.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개최를 단 한번도 쉬어본 적 없이 매주말 열리고 있다. 현재는 하루 약 13000명이 방문하는 큰 규모의 시장이지만, 그 첫 시작은 비교적 소소했다고 한다. 오모테산도거리에 위치한 상업시설 자이르 내 지하1층에서 소규모로 시작되었으며, 일본 정부의 마르쉐 재팬 프로젝트 지원을 받게 되며 큰 시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초기에 출점팀은 하루 30팀 정도였지만 현재는 하루 약 70팀이 출점하고 있다. 

마켓 전체의 컨셉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은 NPO Farmers Market Association이 운영을 맡고 있다. NPO Farmers Market Association운영진에서는 오랫동안 ‘Life with Farm(野良)’을 컨셉으로, 농부를 중심으로 요리사, 장인, 소비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마켓과 커뮤니티를 밀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마켓이 중단되고, 2021년 10월 재개하게 되었을 때 더 본질적인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했고, ‘WE ARE WHAT WE EAT’, 거짓이 없는 먹거리, 운영하는 자신들이 자신있게 소개할 수 있는 생산자와 먹거리를 소개하는 마켓으로 컨셉을 바꾸었다.  *NPO Farmers Market Association (https://farmersmarkets.jp/concept/)

출점팀의 노하우와 공간 구현방식

마켓의 준비는 토요일 아침 7시에 시작된다. 마켓의 행사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제연합대학의 앞마당은, 평일에는 특별한 사용이 없고 인파도 없는 조용한 공간이다. 그곳에 운영팀이 모여 하나 둘 텐트와 집기구를 설치하기 시작하면 눈깜짝할 사이에 파머즈마켓이 만들어진다. 특히 마켓의 공간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은 천막이다. 필자가 마켓에 방문했던 달은 딸기가 제철로, 딸기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천막을 중심적으로 설치하며 색감과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8시쯤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출점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그들이 마켓에 도착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집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것은 운영진 측에서 마련한 것인데, 약 10년전 목공예 전문가와 협업해 만든 오리지널한 집기구이다. 마켓을 시작했을 당시만해도 일반 매장에서 판매하는 캠핑용품이나,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매주말 사용하기에는 설치하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게도 나가 불편함이 크다보니 직접 제작하게 되었다한다. 나무로 제작된 집기구는 누구든 한번 만들어보면 바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조립이 간편하며, 농산물이나 판매 상품을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특별한 점은, 그 집기구를 활용하는 출점자들의 노하우이다. 모두 같은 집기구를 사용하지만 테이블보, 장식, 플레이팅까지 본인들의 개성을 살려 사용하고 있다. 또한 출점자 본인들이 제작한 집기구도 간혹 보이며, 손님이 시식/시음을 하는 동선을 고려하여 설치하는 등 한팀, 한팀의 노하우와 디스플레이를 구경하는 즐거움이 있다.

출점팀은 크게 농산물(농부), 농산(농부) 가공품, 대리판매, 가공품, 푸드카트 등으로 나눠지며, 출점비는 품목에 따라 다르다. 출점자의 배치(레이아웃)에 관해서는 운영진에서 담당하고 있으며, 매주 바뀐다고 한다. 행사장이 넓다보니 마켓의 입구나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꽃의 화사함으로 시선을 끌 수 있는 꽃집을 입구 쪽에 배치하고, 중심부에는 제철인 농산물을 천천히보며 시장을 볼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다. 푸드카트는 차의 크기나 먹거리를 고려해, 커피와 같은 음료의 경우 마켓의 중앙이나 입구에 배치하고 식사류는 안쪽에 모아 그 사이 사이에 휴식 테이블을 놓고 있다. 10시가 되면 마켓의 준비도 모두 끝나 날씨와 계절에 맞는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며, 손님들도 모이기 시작한다. 음악은 운영진 멤버 중 한명이 담당하고 있으며 매주말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파머즈마켓의 서포터즈

도쿄에서 열리는 파머즈마켓 중 가장 오래되었다 보니 손님들 중에도 단골이 많은 것이 파머즈마켓의 특징이기도 하다. 그들 중 마켓에 손님이자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는 사람들을 ‘서포터즈’라고 부른다. 서포터즈라해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데, 토요일 아침 마켓의 설치를 돕는 사람, 출점자의 판매를 돕는 사람 등 참여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그 중 마켓에 공간을 함께 꾸려나가는 서포터즈가 있다. 마켓에는 손님들을 위한 휴식 테이블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데, 그 곳을 더 좋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하여 꽃 장식을 놓고있다. 꽃은 서포터즈 본인이 재배한 것이나 출점팀에서 구매한 것으로, 마켓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 운영진뿐만 아니라 모두가 노력하고 있다는게 여실히 느껴진다.

이런 서포터즈들은 아오야마 파머즈마켓 뿐만이 아니다 동시 개최되는 이벤트에서도 현장 운영을 위해 참여해주기도 한다. 

사계절을 채우는 이벤트

매주말 열리는 파머즈마켓의 행사장은 내부에 들어가면 더 넓은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각종 이벤트가 파머즈마켓과 동시 개최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커피, 맥주, 와인, 차, 골동품 등이 있다. 매주말 안정적으로 개최되고 있는 마켓 속에 더 다양한 생산자와 식문화를 소개하고 알리기 위해서 이벤트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벤트는 매해 4,5회 계획되고 있으며, 파머즈마켓 운영진과 외부 팀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식/시음이 중심인 이벤트가 많다보니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이벤트도 타격을 입게 되었다. 꾸준히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던 중 2023년부터 가능하게 되어, 올해 2024년에는 5월에 커피, 8월에는 와인 이벤트가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이벤트의 컨셉은 매회 바뀌어 나가는데, 코어 팬도 많으며 가장 최근에 열렸던 커피이벤트를 소개하자면,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커피 문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끝에 전통 재즈킷사(ジャズ喫茶)를 테마로 했다 한다. 또한 도쿄에 있는 유서깊은 킷사를 취재한 책자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벤트들은 단순히 식문화를 알리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화, 장인들을 소개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오래된 마켓의 끊임없는 변화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에 한동안 소속했던 필자에게 세계 각지에 다양한 마켓 중 아오야마 파머스마켓만의 특별함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마켓의 의미를 지키며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나가고 있는 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파머스마켓이라는 큰 틀만 본다면 농부나 농산품을 다들 떠올리겠지만, ‘만드는 사람’과 ‘장인’을 컨셉으로 매주말 식문화, 음악, 패션, 건축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되고 있다. 매주말 열리는 안정감 있는 마켓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이벤트나 공간운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새로운 마켓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오야마 파머즈 마켓이다. 그 곳에 다양한 노하우를 가진 출점자들과 각지에서 농부들이 모여 언제가도 주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장소, 새로운 문화를 창조해나가는 마켓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꾸준한 창조와 노력이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이 16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랑 받아온 이유가 아닐까. 아오야마 파머즈마켓의 자세한 일정과 정보에 관해서는 Farmers Market@UNU 혹은 인스타그램(@farmersmarketjp)을 참고하기 바란다. 

 

신승리
에디터 신승리

도쿄 아오야마 파머즈마켓 인턴 경험을 바탕으로 히토츠바시대학원 사회학 박사과정에서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연구 중인 대학원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