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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닫다! 들어가고 싶은 부스 만들기

공간 디자인과 문제 발견, 공간 수정을 해가면서 들어가고 싶은 박람회 부스 공간을 만들어 낸 소장각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분도 현장에서 우당탕탕하지 않아도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포인트들을 소개해드릴께요.

by 노성일
2025.08.03

‘작은 책들의 집’ 소장각은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시각 문화를 국내외 독자들에게 폭넓게 소개하는 출판사다.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에 소장각이 3x3m 일반 부스로 참여한 것은 한창 성장 중인 1인 출판사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아직은 인지도를 쌓아가는 중이고, 출간 종 수도 부스를 꽉 채우기엔 아직 적었기에 도서전을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떡하면 동남아시아의 느낌을 물씬 풍기면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즐거운 경험을 통한 브랜드 각인 효과와 콘텐츠의 효과적인 전달. 이 모두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했다. 

컨셉 결정하기

소장각의 책 <태국 문방구>는 책에서 확장해 직접 태국 문구를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는 여러 차례의 팝업 스토어로 독자분들께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도서전에서도 책과 연결된 동남아의 물건들을 판매하는 ‘야시장’ 느낌이 나면 좋겠다는 컨셉을 잡고, 주변 창작자 친구들과 협업해 부스를 채웠다. 디자인 스튜디오 소금까치(@saltmagpie)와 협업해 동남아시아의 과일 굿즈를 만들고, 스튜디오 윤슬(@yunseul.oox)과 협업해 동남아 뜨개 키트를 준비했다. 

문제는 부스의 위치였다. 우리 자리는 코엑스 A홀과 B1홀이 이어지는 통로에서도 부스 사이에 낀 중간 자리였다. 코너 자리였다면 조금 더 눈에 띌 수 있었을 텐데, 중간 부스에는 존재감을 더 크게 드러내야 하는 미션이 더해졌다!

코엑스처럼 컨벤션 공간에서 이루어진 행사에서는 여러모로 부스를 꾸미기가 쉽지 않았다. 기본 포맷으로 둘러싸인 2.4m 벽의 차가운 재질과 옵션으로 선택한 책 선반은 우리가 추구하는 동남아시아의 따뜻함이나 경쾌함과는 사뭇 다른 사무적인 느낌을 주었다. 

부스 세팅하기

그 고민과 함께 선택한 것이 한칸의 파트너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DP Curve 테이블’과 DP Line 테이블’이었다. 동남아의 자연을 떠올리게 하는 나무 소재에 다양한 굿즈를 디피할 수 있는 선반까지 부착할 수 있어서, 우리가 추구한 동남아 야시장 콘셉트에 안성맞춤이었다. 더군다나 테이블 아랫쪽과 선반에 조명을 설치할 수 있어서, 다소 어둡고 차가운 인상의 컨벤션 부스를 화사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채우는 것이 가능했다.

도서전에서는 부스 크기를 선택한 뒤 부대시설을 선택하는 단계를 거친다. 일반 부스는 처음이었기에 어떤 배치가 좋을까 고민하면서 예년 다른 부스들의 사진을 참고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부스 벽면에 경사 선반을 설치하여 책 표지가 바깥에서도 잘 보이도록 배치하고 있었다. 거기서 힌트를 얻어, 부스 안쪽 벽면과 우측 벽면에 경사 선반을 설치하는 부대시설을 신청해두었다. 

도서전 전날, 세팅을 위해 자리를 방문해보니 아뿔싸! 예상했던 (a)계획으로는 관람객 동선 확보가 어려웠다. 경사 선반이 생각보다 많이 튀어나오는 구조였고, 한칸의 부스를 설치하니 부스 안이 거의 꽉 찼다. 그래서 정해둔 위치에서 한칸의 부스를 왼쪽 벽 쪽으로 완전히 붙여 관람객의 동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모든 세팅을 마치고 나니, 관람객들이 도서전을 가득 메웠다. 소장각 부스를 가장 먼저 찾아오신 팬들을 포함해 다양한 시민 분들에게 부스의 피드백을 들었다. “동남아시아 느낌이 물씬 나요!” “부스가 책의 느낌과 잘 어울려요.” 그 말을 듣는 내 마음 속에는 한칸과 손뼉을 찰싹! 마주치는 밈이 떠올랐다. 부스 설치 대성공!

현장의 필요에 맞추기

북페어를 여러 번 다니다보면 행사장 상황에 따라 부스를 수정하는 일이 잦다. 이번 도서전에서도 그런 상황이 몇 가지 있었다. 

도서전 첫날부터 며칠 간 부스에 찾아오는 관람객들의 동선을 살펴본 결과, 현재의 부스 세팅이 고객 친화적이진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DP Curve 테이블’과 DP Line 테이블’을 설치할 때 고객과 스태프의 위치를 분리되게 세팅해, 스태프 자리는 넉넉한 반면, 고객 방향은 두 사람이 빡빡하게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확보었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부스 안쪽까지 들어와서 편하게 책을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도서전은 보통 주말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 평일에 방문하지 못한 직장인과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을 여러 해 참가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주말을 앞두고 부스의 불편한 배치를 바꾸기로 마음 먹었다. 배치를 (b)에서 (c)로 바꿔 부스를 벽으로 더 밀착해 스태프들이 드나드는 위치를 옮기고 관람객들이 안쪽에서 충분히 책과 콘텐츠를 감상할 공간을 넓힐 수 있었다. 이동도 편리하고 공간도 넓어져 스태프와 관람객 모두에게 효과적인 세팅이었다.

 

*부스 배치를 바꿔 스태프와 관람객들의 동선을 더 효율적으로 확보했다.

한칸의 섬세함에 감탄했던 부분이 있다. 이번에 사용한 ‘DP Curve 테이블’과 DP Line 테이블’은 테이블 위쪽에 선반을 설치할 수 있다. 한칸 홈페이지의 상세 페이지에는 선반을 최대 두 층까지 올리고 있어서 이번 도서전에서도 두 층 세팅을 부탁드렸다. 그런데 설치를 마무리하면서 보니 한 층 더 올려 3층 선반이면 더 다채로운 디스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아서 마지막에 한 층을 더 요청드렸다. 그렇게 3층인 채로 하루를 보내보니, 멀리서 부스를 찾아오시는 분들이 3층 선반 때문에 부스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선반이 부스 안쪽에 위치해 있었다면 오히려 시선의 분산이 크지 않았을 테지만, 이번 부스 세팅은 선반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구조였기 때문에 3층 선반은 고객들의 시선을 가로막는 불편한 구조였던 것이다. 그 피드백을 듣고 난 뒤 선반을 한 층 내린 기존 오리지널 세팅으로 바꿔, 관람객들의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원체 우당탕탕 몸으로 겪어보며 배우는 성격에서 나온 시행착오였는데, 한칸은 이미 가장 좋은 구조와 경험을 실험하고 제안하고 있었다는 데에서 한칸의 섬세함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고마운 파트너, 한칸

도서전이 다 마치고 이제 철수할 시간이 되었다. 3x3m 부스를 5일간 운영하며 많은 물건이 오갔다. 그 많은 물품을 넉넉하게 보관하면서도 눈에 거슬리지 않게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DP Curve 테이블’과 DP Line 테이블’에 기본 설치된 선반 덕분이었다. 또한 부스를 우리의 힘만으로 꾸몄다면 설치와 철수에 상당한 시간이 들었을텐데, 설치일은 물론 철수일에도 플라스틱 베이커리에서 직접 현장에 방문해 세심하게 챙겨주셔서 간편하고 효과적으로 우리를 알리는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게 하는 고마운 파트너 한칸을 앞으로도 자주 이용하고 싶다.

—노성일(소장각 소장)

노성일
에디터 노성일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동남아시아 시각 문화 연구자. ‘작은 책들의 집’이라는 이름의 출판사 겸 디자인 스튜디오 소장각을 운영하면서 주변부의 독창적인 이야기를 아름다운 책으로 엮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