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면 척, 알아서 척 붙는 테이프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은 행사 현장, 한 번 붙이고 말 테이프 정도는 슬쩍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제품이나 부스에 테이프의 끈끈한 자국이 남아 곤란했던 경험이 있다면 이번 글이 반가울 것이다. 그간 한칸의 집기를 대여한 기획자들이 부스를 연출하는 과정에서 테이프를 사용하고 또 행사 종료 후 잘 떼어지지 않는 테이프로 인해 고생하는 모습을 숱하게 보았다. 가장 유능한 행사공간 서포터로서 제품이나 홍보물의 수명, 부스 뒷정리의 수고, 행사 공간의 풍경을 달리 만드는 테이핑의 ‘한 끗 차이’를 함께 고민해 보려 한다. 혹시 다가오는 행사를 위해 일반 양면테이프를 챙겨두었다면, 잠시 내려놓고 나의 현장에 딱 맞는 테이프를 찾아보자.
광활한 테이프의 세계
‘테이프’로 묶어 부르기는 하지만 테이프에는 굉장히 많은 종류가 있다. 특히 벽이나 물건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들이 많아져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많고 많은 테이프 중 행사의 성격과 현장 상황에 적합한 테이프들을 모아봤다.
① 실리콘 양면 테이프
강력한 접착력을 자랑하지만, 자국이 남지 않아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자주 쓰이는 이 테이프는 약 1~2mm의 두께감이 있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때문에 무거운 제품도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행사에 추천
- 굴곡이 있거나 고르지 않은 표면이 많은 야외 행사
- 벽면이나 제품에 자국이 남지 않아 원상 복귀에 민감한 공간에서의 행사
- 사용 후 물에 씻으면 재사용 가능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지속 가능 키워드의 행사
이런 행사에는 비추천
- 고가의 프린트물 또는 원화와 같은 아트워크 전시
- 테이프 두께감이 드러나는 얇은 종이를 부착할 일이 많은 행사
- 제품마다 차이가 있지만 2m에 3,000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고가이므로 일회성 행사에는 부적합
② 네일팁용 양면 스티커
이미지 출처 : MOWON SHOP
네일팁용 테이프를 손톱에만 사용하기에는 조금 아쉽다. 포스터 등의 아트 프린트를 붙이기에 탁월한 제품으로 작은 크기로 재단되어 있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행사를 마친 후 제거할 때도 몹시 깔끔하게 떨어지고, 모든 게 ‘다 있는’ 생활용품점에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다. 그러나 작은 크기 때문에 너비가 있거나 무거운 제품에는 다소 부적합하다.
③ 마스킹 테이프
이미지 출처 : Unsplash의 Kelly Sikkema
마스킹테이프는 예쁘고 다양한 디자인으로 그 자체로 포인트가 된다. 손으로 찢어 사용할 수 있는 얇은 재질과 쉽게 떼어낼 수 있다는 것은 마스킹테이프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이런 행사에 추천
- 데코 포인트를 주기 좋은 디자인·미술 관련 행사
- 탈부착 시 종이에 주는 손상이 적어 여러 번 사용해야 하는 홍보물이 있는 행사 또는 아트워크 전시
- 벽면이나 제품에 자국이 남지 않아 원상 복귀에 민감한 공간에서 하는 행사
이런 행사에는 비추천
- 무거운 종이 혹은 제품을 붙여야 하는 행사
- 비바람 등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고 고르지 않은 표면이 많은 야외 행사
④ 월세이프 테이프
월 세이프 테이프는 ‘벽지용 재접착 테이프’라고도 하는데, 말 그대로 벽지에 가는 손상이 적게 만든 테이프이다. 테이프로 유명한 3M사의 제품으로 접착제 잔여물이 없어 흔적을 남기지 않고 제거할 수 있다. 반투명이기 때문에 색상이 있는 제품 위에 부착할 때 테이프가 눈에 띈다는 특징이 있다.
이런 행사에 추천
- 여러 번 탈부착 해야 하는 포스터, 아트 프린트를 사용하는 행사
- 철제, 나무, 코팅된 벽면을 사용하는 행사
이런 행사에는 비추천
- 무광 페인트로 마감된 표면을 가진 공간에서의 행사
- 두께감이나 무게가 있는 제품을 부착해야 하는 행사
⑤ 블루택 접착제/조각 접착제
이번에는 테이프가 아닌 필요한 만큼 손으로 뜯어 사용하는 점토형 접착제를 살펴보자. 제품의 크기나 두께, 무게에 따라 양을 조절할 수 있고 종이 외에도 각종 오브제를 붙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무거운 물건은 떨어질 위험이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행사에 추천
- 굳지 않도록 잘 보관하면 재사용 가능 친환경, 제로웨이스트, 지속 가능 키워드를 가진 행사
- 벽면이나 제품에 자국이 남지 않아 원상 복귀에 민감한 공간에서 하는 행사
이런 행사에는 비추천
- 상대적으로 고가이므로 일회성 행사에는 부적합
(생활용품점에서 판매하는 조각 접착제로 대체 가능하나 제품력이 비교적 떨어짐)
포스터와 아트 프린트를 지키는 노하우
아무리 훌륭한 제품을 사용해도 종이로 된 제품이나 홍보물에서 테이프를 떼어낼 때는 긴장되기 마련이다. 여러 번 재사용 해야 하는 프린트물이나 조금이라도 찢어지는 순간 마음도 함께 찢어지는 아트 프린트를 지키고 싶을 때는 두 가지 테이프를 함께 활용해 보자. 잘 떨어지는 테이프 위로 잘 안 떨어지는 테이프를 붙여 두 테이프의 장점을 함께 활용하는 방법은 두 제품을 구비해야 하는 조금의 번거로움을 감수한다면 접착력과 안전을 모두 챙길 수 있다. 포스터 뒤에 마스킹 테이프나 월 세이프 테이프를 붙인 후 그 위에 양면 실리콘 테이프 또는 다이소 양면 네일팁을 붙여보는 것을 추천한다.
행사의 디테일을 살리는 한 끗 차이는 테이프와 같은 작은 물건에서부터 시작된다. 테이프 한 줄이 행사의 인상을 결정짓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작은 디테일로 빛나는 행사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한 끗 차이’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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