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부스 첫 도전기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은 2022년부터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독립 출판 특별 구역인 ‘책마을’에 테이블 단위로 참가했다. 이번 년에도 여느 때처럼 ‘책마을’로 참가 신청했지만 작년 도서전의 인기가 뜨거웠던 탓인지 참가 신청이 급증해 경쟁률이 높아졌고, 아쉽게도 봄알람은 선정되지 못했다. 안 그래도 점점 책 종류가 많아져 테이블 하나만으로는 곤란함을 느끼던 차에 부스로 가라는 운명의 계시인가 싶었다.
그래서 일반 독립 부스로 첫 도전장을 내밀었고, 다행히 참가 기회가 주어졌다. 모든 지출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는 작은 출판사다보니 큰 용기를 낸 모험이었다. 이런 대형 페어에 부스 규모 참가 경험이 부족해 걱정이 앞섰다. 면적 3×3 미터, 높이 2.4 미터의 공간을 어떻게 꾸리면 좋을지, 막막함 속에서도 차근차근 윤곽을 잡아나갔다.
먼저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생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임감 있는 태도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환경 영향 최소화를 우선 과제로 두었다. 일회용 소모품과 PVC 사용을 지양하고 대형 폐기물을 발생시키지 말 것을 전제 조건으로 방법을 찾아나갔다. 고려한 선택지 중에는 종이(허니콤) 가구도 있었다. 저렴하다는 장점이 크지만, 조립과 해체 작업이 필요한 점, 내구성이 약한 점, 다회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평소에 보관할 공간이 필요한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래서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추가적 노동의 부담이 없는 렌탈 방식을 택했다. 렌탈 서비스 중에서도 단연 예쁘기도 하고 기능적으로도 활용도 높은 한칸으로 결정했다.
공간을 조금씩 머리 속에 그려가며 관객에게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지부터 생각했다. 백래시 시대에 지친 여성들이 안전감을 느끼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되고자 했다. 피톤치드 뿜어내는 수목원 같은 안전힐링존을 떠올렸다. 이에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한칸의 목재 가구가 안성맞춤으로 느껴졌다.
본격 부꾸(부스 꾸미기)
우리는 평소 이런 행사 때마다 슬로건을 만들고 이를 담은 키비주얼(포스터)를 만들어 내걸었는데, 이번에도 이 틀을 가져가기로 했다. 여성들에게 힘도 주고 웃음도 주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일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현수막을 걸 수 있는 ‘DP Friends_Box1’가 적격이었다. 이 제품은 선반의 개수와 위치를 필요에 맞게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우리는 책뿐 아니라 관심 분야, 키워드, 독서 유형으로 책을 탐색해볼 수 있도록 PC를 올려두고 싶어서 선반의 자유도가 높은 ‘DP Friends_Box1’를 최종 선택했다.
공간 구성 초기 스케치(DP Friends_Box1 배치 시안)
우측 벽에 ‘DP Friends_Box1’를 세우기로 한 후에는 나머지 공간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칸의 다른 테이블 제품들을 조합해보았지만, 공간이 협소해서 책을 비치할 충분한 면적 혹은 쾌적한 동선 확보가 어려웠다.
공간 구성 초기 스케치(DP Friends_Table, Basic Table을 각각 이용한 시안)
고민하던 차에 한칸에 새로 업데이트된 파트너 제품을 발견했다.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DP Line 테이블’과 ‘DP Curve 테이블’은 단을 모듈식으로 추가할 수 있고, 직선형과 곡선형 두 가지를 병렬하여 다양한 모양으로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층을 추가하면 수직적 공간도 활용할 수 있어 책을 많이 진열할 수 있다. 게다가 직선형과 곡선형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주변 공간을 경제적으로 쓸 수 있다. 우리는 평면도 상에서 이리저리 조합해 예상도를 그려보고, 직선형과 곡선형 테이블을 연결하고 단을 추가하여 사용하기로 했다.
테이블 조합과 배치에 따른 공간 비교
공간 구성 계획 최종안
고생 없이, 시행착오 없이
설치 당일, 한칸 배송과 파트너 배송으로 각각 도착했다. 직원분들께 배치를 알려드리는 것 외에는 따로 신경 쓸 일이나 번거로움 없이 알아서 척척 진행해주셨다. 지나가던 다른 참가사 분이 우리 부스 앞에서 발길을 멈추더니 “맞춤 제작하신 건가요?” 하고 물었다. 나는 렌탈이라고 답했고, 그는 다음엔 자신도 그 방식을 고려해보겠다고 했다. 왠지 흐뭇해졌다. 이후에도 여러 사람에게 ‘예쁘다’, ‘잘 꾸몄다’라는 말을 들었다.
전시장이 생각보다 어두워서 ‘DP Friends_Box1’에 조명 설치를 추가했는데, 화사한 분위기를 내며 이웃 부스 사이에서 눈에 잘 들어왔다. 그리고 설치 당일에 시야와 시선 각도 등에 있어 상상과 실제의 차이가 있었는데, 즉석에서 선반 조정이 가능해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전시용 선반 아래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납 칸을 한 줄 만들어 재고를 수납해놓기도 했다. 또 부스의 기본 벽이 보기에 그다지 쾌적하지 않았는데, 이를 어느 정도 가림막 역할을 해준 점이 뜻밖의 다행이었다.
*디자인물 부착 팁! 제품에 마스킹 테이프를 먼저 붙이고 그 위에다가 양면 테이프를 이용해 부착하면 제품 손상 없이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이런 행사에서는 겉으로 드러나는 진열뿐 아니라 재고 보관 공간도 고려해야 하는데, 플라스틱 베이커리의 DP 테이블은 아래쪽에 수납공간이 있어 재고 물량 보관 및 관리가 수월했다. 또 추가 단과 곡선 형태는 좁은 공간에서 진열과 동선, 둘 다 잡는 열쇠가 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곡선 형태가 전체 공간에 활기와 다이내믹함을 더해주었다. 모든 요소가 직선만으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면 이와는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한칸의 박스 제품과 다른 곳에서 만든 것이다 보니 나무 합판 색상이 약간 다르긴 했지만, 소재 자체 때문에 한 맥락으로 보이며 잘 어우러졌고 통일된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이렇게 하여 첫 부스 운영임에도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공간 특성, 전시물의 성격, 그리고 의도한 컨셉에 알맞게 이미 완성도 높은 가구들을 적절히 조합하여 구성한 덕에 부스 준비 과정의 상당 부분을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조합으로 새로운 연출을 시도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길 기대하고 있다.
—우유니(봄알람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