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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음악 축제 후디니와 마호라솝은 뮤직페스티벌을 완벽하게 즐길 수 있게 다 준비해 두었어요!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태국 뮤직페스티벌! 방콕 인근에서 열린 로컬 뮤지션과 뉴페이스 해외 뮤지션을 소개하는 페스티벌 후디니hoodini와 여러 뮤지션이 총집합하는 국제적인 인디 뮤직페스티벌 마호라솝Maho Rasop. 관객이 무대 위 아래에서 음악을 즐기고 다양한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by 김영진
2024.07.04

한국의 엠피엠지 뮤직MPMG MUSIC이 오는 6월 방콕에서 한-태 합작 음악 페스티벌 ‘비전 방콕VISION BANGKOK’을 개최한다고 알렸다. 일본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인 섬머소닉의 방콕 개최 계획이 발표된 지 3개월만이었다. 이로써 거대 시장으로서 태국의 공연 산업이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콘진원에 따르면 2022년 연간 태국 음악시장의 규모는 약 2억 5,600만 달러 수준이었고, 2027년 약 3억 9,700만 달러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공연 음악시장의 경우 2022년 연간 1억 1,800만 달러에서 2027년 2억 1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 태국 전체 음악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침 두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과 12월 직접 다녀온 방콕의 음악 페스티벌 후디니페스트Hoodinifest와 마호 라솝 페스티벌Maho Rasop Festival의 소개를 통해, 최근 아시아에서 힙스터들에게 가장 사랑받고 있는 문화 예술도시 태국의 공연 문화는 어떻게 다른지 그 특징을 공유하고자 한다.

* 태국 콘텐츠산업 동향,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년 6월 발표

무대로부터의 거리, 높이, 방향의 제약을 줄인 관람석 설치 

후디니의 행사 장소는 세 팀의 뮤지션(Phum Viphurit, Numcha, babychair)이 공연하는 페스티벌 규모에 비해 엄청나게 넓었다. 방콕에 위치한 셈숙 창고 Sermsuk Warehouse에서 진행됐는데, 무대 뒤로는 짜오프라야 강이 시원하게 흐르고 있는 등 경관도 좋았다.  음식을 판매하는 부스와 앉아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푸드존이 공연 관람 구역과 잘 분리되어 있었는데, 재미있는 점은 음식 부스, 무대, 관객석 대부분이 공사 현장에서 임시 구조물을 짓는 데 쓰는 비계를 이용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후디니의 계단식 관람석 ⓒSupersonic Studio

무대 바로 앞 스탠딩 관람 구역 뒤로 비계로 만든 계단식 관람석을 두었고, 무대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더 높은 곳에 편히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100명에서 150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비계로 만든 관람석은 단 하루 공연만을 위해 임시로 만든 관람석임에도 튼튼하게 느껴져 안심하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국제적인 인디 음악 페스티벌인 마호 라솝의 경우도 비계를 사용한 구조물을 적극 활용하는  점이 후디니 유사했다. 스탠딩존 또는 캠핑존 정도가 전부인 일반적인 대형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좌석 시설이 존재했는데, 바로 행사장 중앙에 위치한 결제용 팔찌 충전소(top up station)와 공식 굿즈 판매소 위에 2층을 만들어 관객들이 올라가 편히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해놓은 것이다. 

이런 구조물 없이 잔디밭 바닥이나 캠핑 의자에 앉게 되면, 서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에게 시야가 가려져 무대를 볼 수 없게 되는데, 이 아이디어는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무대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이런 2층 높이의 관람석을 만들어 두니, 관객이 분산되어 무대 앞쪽 밀집도가 낮아져 비교적 쾌적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된다. 위에서 내려다 봤을 때 입 구(口)자 형태로 생긴 이 구조물은 비어있는 중앙부를 판매용 굿즈 재고를 적재하는 창고로 활용하고 있었다.

무대구조물 어디나 관람구역 ⓒSupersonic Studio

후디니에는 색다른 점이 또 하나 있었다. 공연 관람 도중에 사람들이 무대 구조물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알고 보니 무대 위에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구역이 조성되어 있었던 것. 직접 올라가보니, 한쪽으로는 짜오프라야 강을 내려다보면서, 다른 한쪽으로는 무대를 내려다볼 수 있는 장관이 연출됐다. 아마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치밀한 계산에 의해서 나온 것이라 생각됐다. 무대 위에 서서 또는 앉아서 뮤지션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점은 정말 흥미로웠고, 국내외 어떤 음악 페스티벌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관람의 형태라 놀라웠다. 이러한 배려로 모두가 앞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자리 경쟁을 하기 보다는 다양한 자리를 자유롭게 선택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무대 뒤에서 관람할 수 있는 hoodini의 설치물 (출처:인스타그램 @goodhoodservices)

구조물은 짜오프라야 강을 바라보며 뮤직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게끔 한 장치였다 ⓒSupersonic Studio

무대 뒤에서 내려다본 남차Numcha의 공연 (출처:인스타그램 @goodhoodservices) 

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로컬 먹거리, #다양함, #청결함

후디니가 특히 궁금했던 이유는, F&B를 중심으로 뮤직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GoodHood Services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페스티벌이기 때문이었다. (2023년 GoodFood에는 6팀의 뮤지션과 140개의 F&B 브랜드가 함께했다.) 후디니 또한 마찬가지로 음악만이 아니라 다양한 양질의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잘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GoodFood만큼은 아니었지만, 20개 내외의 음식 부스에서 음식을 판매하고 있었고, 테이블과 좌석 또한 넉넉히 갖춰져 있었다. 

사흘간 15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던 2023년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음식 부스가 단 30개 내외였던 것을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소규모 페스티벌인 후디니에 상당히 많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매출을 셰어해야 하는 부스들 간 경쟁은 없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는 만큼이나 음식도 충분히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납득이 되는 것 같았다. 공연이 시작되어도, 서둘러 무대 앞으로 돌아가기 보다는 앉은 자리에서 여유있게 음악과 음식을 즐기는 듯 보였다.

푸드존은 청결하게 관리되고, 넉넉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Supersonic Studio

또 하나 부스의 숫자만큼이나 놀라웠던 건 음식의 옵션 선택의 폭이 넓다는 부분이었다. 축제 현장의 음식 부스라면 빠른 회전을 위해 메뉴가 간소화되는 것이 일반적일 텐데, 각 부스별로 판매하고 있는 메뉴의 숫자도 많았을뿐더러 음식의 재료나 토핑 등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심지어 마라탕과 마라샹궈를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사람들이 보울에 직접 재료를 선택해 하나씩 담고 있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런 부분은 인종과 종교의 다양성을 지닌 태국의 문화적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발현된 부분이라고 생각됐다. 재료를 상세히 표시하고 있는 것은 물론, 토핑, 소스의 선택지까지 매우 세세하게 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이 점은 후디니와 마호 라솝 두 페스티벌 모두 동일했다. 

뷔페처럼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후디니의 음식 부스 ⓒSupersonic Studio

많은 먹거리가 준비되어 있는 만큼, 청소 인력 또한 다수 배치해 테이블을 비롯한 페스티벌 현장 곳곳을 빠르게 정돈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인원을 파악하지는 못했지만, 청소 인력이 눈에 띄게 많이 보였고, 눈 앞에서 청소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더 안심이 되는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 마호 라솝의 화장실은 그간 다녀본 음악 페스티벌 중 가장 청결했다. 간이 화장실임에도 잘 관리되어 있었고,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세면대도 갖춰져 있었다. 특별한 노하우보다 기본에 충실한 것이 최고라고 해야할까.

마호 라솝에도 현지 로컬 맛집들이 대거 참여한다 ⓒSupersonic Studio

로컬 아티스트와 뮤직페스티벌이 만났을 때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연과 먹거리 외에도 체험, 판매 부스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마호 라솝에서 발견한 로컬 타이다이 Tie-dye 브랜드 JOY2의 부스였다. JOY2는 YONLAPA, H 3 F, loserpop 등 로컬 인디 뮤지션들과도 협업을 해오고 있는 로컬 아티스트 브랜드로, 마호 라솝과의 협업으로 공식 티셔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염색해 리폼해서 판매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가의 인디 뮤지션들과 음악 팬들이 모이는 현장에 로컬 아티스트 브랜드가 조명되고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국제적인 페스티벌에서 로컬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단순히 자리를 내준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방식으로 협업을 한 부분이 로컬 브랜드와 상생하는 좋은 사례로 여겨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희소성이 더해져 현장에서도 인기가 많았다.

공식 티셔츠를 리폼해 판매하는 로컬 아티스트 브랜드의 부스 ⓒSupersonic Studio

가치 중심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국의 공연 산업

앞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발표 자료를 인용해 언급했듯, 태국의 공연 산업은 양적으로 지속 성장 중이다. 그러나 숫자에만 주목하다 보면, 정작 그 안의 단단한 내실(內實)을 간과하게 될 수 있다. 국내에도 크고 멋진 페스티벌들이 많지만, 보다 가치 중심적인 시각으로 태국의 두 음악 페스티벌의 사례를 살펴 본다면, 관객을 배려한 공간 활용, 방문객의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력 방법 등이 향후 행사를 기획함에 있어 분명 참고할 만한 좋은 영감이 될 것이라 믿는다.

김영진
에디터 김영진

인디문화 기획그룹 슈퍼소닉 스튜디오의 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