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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마다 흩어진 행사 공간, 하나로 읽히는 북페어

교하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도서관 전층을 행사장으로 나눠야 했어요. 층이 나뉘어도 하나의 행사처럼 보이려면, 그리고 방문객이 3층 안쪽까지 흐름을 따라 오게 하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이번 매거진에서 참가팀의 개성은 살리면서 흩어진 세 공간을 하나의 북페어로 묶어낸 과정을 확인해 보세요.

by 이한별
2026.09.23

출판특화 도서관, 다양한 출판예술에 주목하다

파주 교하도서관은 출판·인쇄를 특성화 주제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이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0여 곳의 출판사를 소개하는 전시와 강연을 운영했고, 2022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독립 출판물 코너를 새로 정비하고, 독립 출판을 중심으로 워크숍, 강연,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했다.

교하도서관은 매년 개관 기념일이 다가오면 서점, 출판사, 지역 예술가와 협업하는 작은 마켓 행사를 운영했다. 독립 출판 코너도 새롭게 정비하고, 파주로 이주한 독립 서점과 함께 도서관 개관 기념 행사 '북그라운드'의 한 코너로 '스몰테이블'을 운영한 것이 지금의 스몰테이블의 시작이 되었다. 2022년에는 단독 행사가 아니었고, 독립 출판과 1인 출판을 테마로 14개의 팀을 모았다. 그야말로 '스몰'테이블이었다.

올해로 세 번째 운영을 맞은 스몰테이블은 소규모 창작자의 출판물을 사고파는 <스몰마켓> 코너를 메인으로, 해마다 테마에 맞추어 <스몰워크숍>, <스몰콘서트>, <스몰토크> 등 다양한 기획을 함께 만들어 도서관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출판 창작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북페어 '스몰테이블' 성장기

이후 본격적으로 '스몰테이블'을 추진하게 된 것은 2024년이었다. 독립출판이 다양해지면서, 도서를 구매해서 비치하는 것만으로는 다양한 책을 소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여러 북페어를 다녀보면, 도서관 장서로는 등록할 수 없는 형태의 책이지만, '책'이라는 물성이 갖는 생태계가 점점 더 넓어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렇게 '책'의 형태가 달라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작업하는 창작자가 많아지는데, 출판·인쇄 특성화 도서관이 기성 출판만 다룰 수는 없었다. 그래서 출판, 인쇄 방식으로 출간한 창작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와 북페어를 운영하게 되었다.

교하도서관에서 여는 전시와 북페어에 참여할 창작자를 모집하기 위해 다년간 많은 북페어를 다니며 창작자들과 직접 인사를 나누고 사업을 소개했다. 2024년 전시에는 30팀의 51점 작품을 소개했고, 북페어는 24팀이 참여했다. 2025년에는 전시 78팀 133점, 북페어 50팀과 함께했다. 2024년에는 교하도서관 1층 로비에서 하루 동안 실내 행사로 운영했는데, 동선이 많이 좁았고, 하루만 운영하니 너무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 해에는 50팀까지 초청했고, 2일간 교하도서관 앞마당 야외 행사로 기획했는데, 첫날 비가 종일 내렸다. 비 예보가 있어 대비하기 위해 캐노피를 설치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실내 행사였던 워크숍만 운영하고, 첫날 마켓 행사는 취소되었다. 행사 2일 차에는 날씨가 아주 맑았다. 야외 행사장이 빛을 발했다. 야외에 행사장을 마련하니 산책하던 시민들도 한 번씩 마켓을 구경하려고 행사장으로 들어왔다. 무엇보다 모든 팀을 한자리에 모아두고 반대편에 공연장을 마련하니, 참가팀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다.

브랜드 확장을 위한 도전기

올해 북페어를 기획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날씨에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2일간 북페어를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는 무조건 실내에서 행사를 개최하자는 게 당초 계획이었다. 또 독립출판 창작자 중심으로 참가팀을 모집했던 지난 '스몰테이블'과는 달리 올해는 출판사와 서점도 신청할 수 있도록 범위를 넓혔다. 지난해까지는 창작자 초청을 위해 많은 북페어 다니며 직접 홍보해야 했지만, 올해는 참가팀 모집 공고 이후 130여 팀이 참여 신청해 오히려 어떤 기준으로 참가팀을 선정하면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교하도서관은 이전 북페어에서 그림책, 글, 만화, 사진, 아트북, 일러스트 등 여섯 개의 테마로 창작자를 구분해 선정해 왔다. 올해는 창작자뿐 아니라 출판사, 서점까지 함께하게 된 만큼, 선정에도 다른 기준이 필요했다. 창작자는 고르게 모든 분야를 소개할 수 있도록 분야별로 선정팀 수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고, 비슷한 분야가 많은 팀의 경우 올해 처음 신청하거나 새롭게 신작을 출간한 작가 중심으로 선정했다. 독립 출판사와 어린이 출판사, 일반 출판사를 구분했고, 출판사 선정 시에는 다른 북페어 참여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출판사를 먼저 선정했다. 서점은 지역에 기반을 둔 서점을 우선하고, 다른 북페어의 참가 기회가 많은 대형 출판사는 제외하는 방식으로 70팀을 선정했으며, 선정 후 취소된 4팀을 제외하고 총 66개 팀이 모였다. 이제 66개 팀을 어떻게 배치해야 할지, 가장 큰 고민이 남았다.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도와준 파트너, 한칸

교하도서관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총 4층 규모의 넓은 공간을 가진 도서관이지만, 66팀을 한 장소에 배치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는 아니었다. 특히 이번 북페어는 7월 첫째 주 주말에 개최했기 때문에 장마, 더위가 예상되어 실내 행사가 필수였다.

올해 66팀을 선정하면서 가장 큰 문제는 행사장이었다. 첫해에는 도서관 1층 로비에서 모든 팀이 함께했으나 협소한 공간에 행사장을 마련하다 보니 방문객이 관람하는 동선이 비좁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음 해에는 도서관 바로 앞마당에 50팀을 배치했고, 첫날은 비가 와서 행사를 개최하지 못했다. 야외다 보니 날씨 변수가 너무 컸다. 고민 끝에 지하 1층, 1층 로비, 3층 로비와 소극장 세 곳으로 행사장을 나누기로 했다.

모든 층이 하나의 행사라는 느낌으로 구성하고, 각각의 층은 다른 층과 차별된 테마를 갖도록, 방문객이 모든 행사장을 흐름에 따라 방문할 수 있도록 동선을 구성해야 했다. 우선 지하 1층 독립 출판사, 1층 출판사, 서점, 3층 창작자로 나누었다. 지하 1층과 1층은 출입구가 있어 방문객 유입이 자유로운 편이나 3층까지 동선을 잇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소극장은 3층 맨 안쪽에 있어 소외되기 쉬웠다. 운영본부를 3층 소극장에 두어 사전 등록자는 무조건 3층 운영본부부터 방문할 수 있도록 동선을 설계하고, 각 층에 메인캐릭터를 활용한 '챌린지'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각층에 배치될 참가팀의 수와 배정을 마쳤지만, 행사장을 구성하는 요소가 너무나 부족했다. 이때 한칸을 만났다. 특별한 집기만으로 행사장은 전혀 다른 공간감을 갖는다. 그리고 그 특별한 집기가 바로 북페어를 위해 설계된 집기라니. 우리의 동선계획을 반영해 한칸에서 Bookfair kit 66개와 함께 각 층 챌린지 운영을 위한 DP Box를 제안했다. 그렇게 교하도서관은 총 66개의 Bookfair kit, 2개의 DP Box로 공간을 구현했다.

또한 가장 고민되었던 Bookfair kit 활용 방식에 대해서도 이전에 운영 사례를 보여주며 가장 주최 측의 개입이 적은 방식으로 제공하길 권했다. 참가팀의 부스 디스플레이는 북페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다. 각각 참가팀의 특성에 따라 똑같은 집기도 전혀 다르게 보이고, 편차도 커지게 되는데, 그러면 북페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통일감이 상실된다. Bookfair kit는 이 편차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스몰테이블'의 대표 캐릭터인 더미와 갈피를 활용한 셀러명과 부스 번호를 각도 선반 하단부에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통일시키고, 나머지 부분은 참가팀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참가팀 취향에 따라 액자 부분을 활용했고, 각자의 개성에 맞는 테이블보를 사용하기도 했다. 책상 기둥면에 배치한 브랜드 이미지도 참가팀의 개성을 해치지 않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Bookfair kit는 우리가 함께하게 될 참가팀 모두에게 최적의 선택이었다. 아트북이나 일러스트, 미니북 형태로 작업하는 소규모 창작자는 Bookfair kit 액자틀과 디스플레이게시대를 활용해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큰 매대를 채우기 어려운 출간작이 적은 소규모 출판사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개성 있는 큐레이션을 선보일 서점에도 좋은 선택이었다. 주최 측으로서는 각 참가팀의 모든 개성을 담아내면서도, 모든 행사장이 연결되어 보이는 배치가 필요했다.

다음 스몰테이블을 향해

'2026 스몰테이블'은 역대 가장 많은 팀이 참여했고, 공간 서포터 <한칸>의 힘을 빌려 새로운 행사장을 구현한 결과 시각적인 측면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찾는 방문객마다 독특한 집기 형태와 연출에 감탄했고, 참가팀을 한자리에 모을 수 없다는 공간의 한계는 층마다 다른 테마를 만나는 즐거움을 더하면서 통일감을 유지했다. 나누어진 공간을 하나의 행사로 읽히게 하는 것은 공간 구성의 문제였다.

그 결과는 방문객의 반응으로 돌아왔다. 작가와 오랜 시간 소통할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는 방문객, 이번 스몰테이블에 다녀간 참가팀의 작품을 모아 한 달간 전시해달라고 요청하는 시민까지. 매년 규모도, 구성도 달라지는 만큼 매번 새로운 과제가 생기지만, 교하도서관은 앞으로도 올해의 뜨거운 호응을 연료 삼아 작가와 독자를 연결하는 작업을 계속 이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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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별
에디터 이한별

교하도서관 특화주제 ‘출판/인쇄’ 분야 콘텐츠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2024년 부터 운영한 교하도서관 북페어 스몰테이블을 기획자이며, 2024년「인디프레스 - 작은 출판의 시대」,2025년「퍼스널 프레스-미니북, 진, 리소」, 2026년「창작자의 방-서사, 이미지, 기록」등 출판인쇄 특화전시를 기획했다. 책을 매개로 도서관에 창작자, 출판사, 서점 그리고 다양한 계층의 독자를 모으는 일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