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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맛을 살리다, 브랜드와 관람객 모두를 위한 한 상

월간소반은 개성 넘치는 35개의 브랜드를 균형 있게 담아내기 위해 운영 방식에 맞는 부스 타입을 각자 고를 수 있도록 했어요. 그리고 판매만큼 중요한 건 머무는 시간이라고 보고, 정자와 연못 사이, 담장 옆 그늘 같은 공간의 틈마다 어울리는 집기를 놓아 관람객이 자기만의 자리를 찾을 수 있는 취식 공간을 만들었죠. 이번 매거진에서 월간소반이 어떻게 브랜드 참여도와 관람객 만족도를 하나의 공간에 모두 담아냈는지 확인해 보세요.

by 이민욱
2026.07.16

소반과 한옥이 만났을 때

월간소반은 ‘취향과 이야기가 있는 미식마켓’이라는 슬로건에서 출발했다. 우리는 음식을 판매하는 행사보다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취향과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었다. 작은 브랜드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철학과 개성이 단순한 상품 설명이 아닌 경험으로 전달되기를 바랐다.

그 과정에서 떠올린 단어가 ‘소반’이었다. 소반은 단순히 음식을 올려두는 가구가 아니라 한 사람의 취향과 이야기가 담기는 가장 작은 식탁이다. 무엇을 올리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월간소반 역시 각자의 취향이 모여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축제를 꿈꿨다.그 이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남산골한옥마을이었다. 한옥은 사람을 오래 머물게 하는 공간이다. 마당과 담장, 정자와 연못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음식을 맛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월간소반이 만들고 싶었던 풍경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좋은 컨셉만으로 좋은 축제가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관람객이 경험하는 것은 슬로건이 아니라 공간이다. 그래서 월간소반의 기획은 공간을 어떻게 읽고 활용할 것인가에서부터 시작됐다. 행사 기획자는 결국 공간을 읽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시설을 선택하고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이 만들어진다.

배치도보다 먼저 사람의 하루를 그렸다

공간 설계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그린 것은 배치도가 아니라 방문객의 하루였다. 행사장에 들어온 사람이 어디에서 멈추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고, 어떤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것인가. 그 질문을 반복하다 보니 공간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남산골한옥마을은 아름답지만 결코 넉넉한 공간은 아니다. 약 35개 팀의 마켓, 공연, 체험 프로그램, 휴식 공간을 동시에 담아야 했다. 처음부터 가장 큰 고민은 명확했다. “브랜드는 충분히 참여시키면서도 관람객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까?” 일반적인 행사 부스를 적용해 배치를 시도해보니 곧바로 한계가 보였다. 부스 수는 확보할 수 있었지만 동선이 좁아지고 취식 공간이 부족해졌다. 결국 브랜드도, 방문객도 만족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그래서 더 작은 면적 안에서도 기능과 미감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한칸과 협업하게 되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단순히 시설을 공급하는 관계가 아니라 공간 구성에 대한 대화를 함께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행사장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필요한 부스와 집기를 조정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활용 아이디어들도 제안받을 수 있었다.  

부스를 고르는 경험도 기획의 일부였다

참여 브랜드들은 모두 F&B 브랜드였지만 운영 방식은 제각각이었다. 직접 조리를 하는 브랜드도 있었고, 패키지 판매 중심 브랜드도 있었으며, 제품 디스플레이가 중요한 브랜드도 있었다. 그래서 참여팀에게 A(DP Box), B(Basic Roof), C(Super Cookit) 세 가지 타입의 부스를 먼저 소개하고 운영 방식에 맞게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운영팀 입장에서는 준비 과정이 조금 더 복잡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훨씬 좋은 선택이었다. 참여 브랜드는 자신에게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었고, 운영팀은 브랜드별 특성을 고려한 배치를 할 수 있었다. 좋은 부스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브랜드가 가장 자연스럽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미술 장치라고 생각한다.

의외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앉을 자리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공간은 의외로 취식 공간이었다. 사람들은 음식을 구매하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런데도 많은 행사에서는 판매 공간에 비해 머무는 공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월간소반은 남은 공간에 테이블을 일렬로 배치하는 대신 공간의 틈을 찾았다. 정자와 연못 사이, 담장 옆 그늘, 마당 가장자리처럼 자칫 지나칠 수 있는 공간들을 새로운 취식 공간으로 활용했다.

그 공간마다 어울리는 집기도 달랐다. 평상이 어울리는 곳에는 평상을 놓고,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공간에는 가든 테이블 세트를 배치했다. 키지 스탠딩 테이블은 짧은 대화나 간단한 식사를 위한 장소로 활용됐다. 하나의 큰 취식 공간을 만드는 대신 여러 개의 작은 쉼터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행사장 어디에서든 자신만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었고, 공간은 훨씬 여유롭게 작동했다. 

공간과 집기가 연결될 때 만들어지는 경험

행사가 끝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방문객의 경험이 보여주는 장면이다. 소반 하나를 들고 자기만의 자리를 찾아다니던 사람들, 해질녘 평상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던 사람들, 브랜드와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던 장면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축제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 그런 장면들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좋은 공간은 넓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멈춰 설지, 어디에서 먹을지, 어디에서 이야기가 시작될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이번 월간소반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공간과 집기, 콘텐츠는 각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이었다. 앞으로도 월간소반은 사람들의 취향과 이야기가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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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욱
에디터 이민욱

지역, 산업, F&B 등 다양한 문화 자원으로 축제 기반의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프로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