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fair Kit를 창작자들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이상하고 엉뚱한 책의 경험’을 표방하는 축제다. 패치워크가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특색을 살려 ‘책’과 관련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카페, 헌책방, 목공방 등 마을의 일상적인 공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제1회 언노운 북 페스티벌 ‘진 메이커스 마켓’ 현장
우리가 가장 고민했던 건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존재 이유’였다. 멋진 북페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왜 또 하나의 북페어를 만들어야 할까? 몇 주에 걸친 이야기는 점차로 ‘책을 사고 파는 것을 넘어 서로의 세계를 탐구하고 교류하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판매도 물론 중요하지만 참여 창작자들에게 용기와 응원이 되는 페어, 반가운 동료들과 연결되며 확장되는 페어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초대 과정부터 다르게 하려고 애썼다. 책의 경계를 넓히는 실험적인 작업을 펼치는 이상하고 엉뚱한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축제를 함께 만드는 동료로서 초대하는 메시지를 건넸다. 아무래도 패치워크가 직접 공간을 운영하며 오랫동안 활동해온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이기에, 참여 창작자에게도 ‘우리 마을에 놀러와 주세요’라는 친근한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았을까 싶다. 총 24팀의 창작자가 합류를 결정해 주었고, 이들과 함께 본격적인 페어 기획을 시작하게 되었다.

창작자의 세계관을 경험하는 곳, Bookfair Kit
그 다음으로 고민했던 건 기물이었다. 처음으로 야외에서 하는 페어인지라 어떤 기물을 활용하면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여러 후보군을 놓고 계속해서 고민했는데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 건 Bookfair Kit였다. 다양한 콘텐츠 디스플레이가 가능한 거치대가 있다는 점, 서서 콘텐츠를 열람하기 좋은 방식으로 디자인되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더군다나 거치대는 고정대를 활용해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테이블 추가 옵션을 활용해 거치대를 중심으로 2개의 테이블을 붙여서 활용할 수도 있었다. 거치대 아래쪽에는 캐리어를 보관할 수 있는 공간까지 설계되어 있어서 보면 볼수록 디테일이 돋보이는 기물이었다.
이러한 Bookfair Kit를 창작자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칸과 함께 사전 온라인 설명회도 진행했다. (워낙 바쁜 시즌이다 보니 ‘한칸’은 무려 출장 가는 길 휴게소에서 접속해서 들어왔다.) Bookfair Kit가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하고 연출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도 나누며 Bookfair Kit를 단순히 책을 쌓아놓고 판매하는 ‘매대’가 아니라 ‘나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경험의 장’으로서 접근해 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 덕분인지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각자 무언가를 재미나게 준비하는 게 느껴졌다. 홍보를 위해 자료를 요청하면서 ‘부스에서 이런 것도 합니다’라는 질문을 넣었는데 ‘교환편지 쓰기‘, ’촉각으로 책 읽기‘, ’씹고 싶은 이야기와 껌 교환‘, ’즉흥으로 진 만들어보기’, ‘그림으로 혼내주기’등의 엉뚱한 답변을 내놓아 ‘도대체 뭘 하려고 하는걸까?’ 궁금증을 자극하는 창작자들이 많았다.


드디어 축제날이 왔다. 창작자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Bookfair Kit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양쪽의 테이블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보니 판매를 위한 코너뿐 아니라 공간을 활용한 전시, 체험, 워크숍 등을 함께 준비해온 창작자들이 많았고 부스마다의 색깔도 모두 달랐다. 그래서인지 방문한 사람들 역시 빠르게 지나치기보다는 하나하나 살펴보며 참여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길었다.
축제가 끝난 후 리뷰에서 ‘마켓 부스마다 체험형 이벤트들이 기발하고 재밌었다’, ‘디자인과 감각적인 아이디어가 한자리에 모여있어서 전시를 보듯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피드백이 많았던 것도 그 덕분이었던 것 같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온 헌책방이 모여 있는 동네를 걸으며 사람과 책을 만나고 직접 경험하며 만들어가는 축제를 지향했던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 꼭 맞는 선택이었던 것 같다.


언노운 북 페스티벌의 재미 중 하나였던 창작자들이 릴레이로 참여하는 DJ 부스 역시 Bookfair Kit를 활용했다. 거치대를 빼고 테이블 두 개를 붙여 사용했는데 높이가 적당해 DJ부스로 활용하기에 좋았다. 부스 앞에는 Lounger를 놓아 휴식 공간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이 되었다.

한 창작자는 ‘특별한 테이블이었다. 이번 기회에 한칸이라는 곳을 알게 되었는데, 부스 안에서도 정말 디테일한 손길이 가득하다는 점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는 후기와 함께 사전에 열린 온라인 설명회 덕분에 부스를 어떻게 꾸밀지 고민할 수 있었다며 긍정적인 피드백을 남겨 주었다. 이전에는 단순히 ‘부스에 물건을 예쁘게 얹어둔다’는 느낌으로 기물을 활용했었다면 이번에는 ‘경험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면서 테이블을 ‘컬렉션 전시장’이라는 컨셉으로 연출해보는 시도를 해보았다는 것이다. 기획자로서 너무나 뿌듯하고 감사한 후기가 아닐 수 없다.
한칸과 언노운 북 페스티벌을 함께 진행하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우리의 관계가 단순히 행사 기물을 빌려주고 빌리는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한칸은 계속해서 ‘실험적으로 기물을 써봤으면 좋겠다’, ‘재미있는 사례가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패치워크 역시 ‘우리의 일과 삶에는 더 많은 상상과 실험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이니만큼 뜻이 잘 맞아 엉뚱한 작업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우리는 어쩌면 이 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어진대로 활용하기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전하려 했던 게 아닐까? 서로가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아들어갔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일 같다. 다음 언노운 북 페스티벌에서는 사전에 각자의 공간을 기획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해본다거나, 각자의 공간 만들기를 구체화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한칸, 또 함께 해 줄거죠?)
✶ 언노운 북페스티벌 더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