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곳저곳을 누비며 경험하는 축제, 언노운 북 페스티벌 현장의 고민들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이상하고 엉뚱한 책의 경험’을 표방하는 축제다. 패치워크가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인천 배다리 헌책방 거리의 특색을 살려 ‘책’과 관련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 축제의 가장 큰 특징이 있다면 카페, 헌책방, 목공방 등 마을의 일상적인 공간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2회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여기에 더해 조금 더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언노운 북 마켓’과 ‘커피·미식마켓’ 프로그램을 신설했고, 실내 공간을 넘어 거리의 공공공간과 평소 쓰이지 않는 유휴공간까지도 축제공간으로 확대했다. 사실 이런 엄청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한칸’이 축제의 파트너로 함께 해준 덕분이다. ‘우리가 함께 함으로써 이전에는 할 수 없던 걸 시도하며 성장하기를 바란다’는 한칸의 말에 축제의 규모를 키워볼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렇게 마을 전체로 확대된 축제를 기획하면서 고민한 것,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에 대해 기록해 보겠다.

핵심 경험의 덩어리를 제안하자
‘언노운 북 페스티벌은 배다리 헌책방 거리 이곳저곳에서 펼쳐집니다. 배다리 마을에는 헌책방과 독립서점, 책을 다루는 다양한 문화공간들이 있어요. 축제를 핑계로 마을 곳곳을 여행해 보세요.’
특정한 공간이 아닌 마을 전체를 무대삼아 진행되는 축제이니만큼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처음 찾는 사람들도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숙제였다. 마을을 4개의 존(zone)으로 구분하고 최대한 직관적으로 이름을 붙였고, 존(zone)별로 다른 종류의 콘텐츠를 배치해 핵심 경험을 제안했다.

현장 안내는 최대한 직관적으로!
우리에겐 익숙한 공간이지만 사람들이 길을 잘 찾을 수 있을까? 공간이 이곳저곳 떨어져 있는데 현장에서 축제성이 느껴질까? 걱정이 컸다. 동네의 몇몇 분들이 선뜻 공간을 내어 주셔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대형 현수막을 걸어 축제 분위기를 내고, 마을 이곳저곳에 표지판과 현수막, 배너를 설치해 방향을 안내했다. 자꾸만 구구절절한 설명을 덧붙이고 싶은 마음을 덜어내려 애쓰며, 축제 공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만든 지도와 방향 중심의 사이니지를 곳곳에 반복적으로 배치하였다.

결국에는 사람! 적극적으로 안내하자
현장의 신의 한 수는 바로 최초로 시도한 ‘페스티벌 크루’였다. 예산도 부족하고, 과연 누가 관심을 가져줄까, 싶어서 한 번도 시도해보지 못했던 크루를 이번에 처음으로 모집해 보았는데 정말 많은 분들이 신청해 주셨다. 기존에 관객으로, 손님으로 와주시던 분들, 또 멀리에서 궁금해하던 분들이 크루로 합류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축제는 절대로 운영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보다 더 열심히 축제에 대해서 알려주시고 ‘더 할 일은 없냐’며 일을 찾아서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어쩌면 이럴 수 있을까.’ 감동이었다. 이들이 부족한 기획의 빈틈을 모두 메워 주었다.
패치워크의 건물을 축제 당일 웰컴센터(welcome center)로 설정해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하기로 했고, 4개의 존(zone)별로 스태프를 배치해 사람들이 헤매지 않도록 안내했다.


축제를 무사히 마치고 나니 이 일들을 어떻게 해냈나 싶다. 이번 축제를 진행하는 내내 ‘마을 전체를 오가며 경험하는 축제를 만들어보겠다’던 생각이 얼마나 무모했었는지를 깨달았고, 이 축제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낸 거라는 것,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다. 한 공간이 아니라 마을 이곳저곳을 오가며 기물을 설치해야 해서 한칸팀 역시 애를 먹었다. 손이 부족해서 새벽에 참여 창작자, 동네 사람들, 한칸 스태프 모두가 모여 부스를 설치하던 순간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진정으로 ‘사람’의 힘을 느낀 축제였다.
축제란 무엇일까? 어쩌면 내게 축제란, 비슷한 취향과 관심사를 지닌 이들이 모여들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응원을 나누는 비일상적이고 마법 같은 순간에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계속해서 축제를 만든다면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증명하거나 성과를 만들기 위한 축제가 아니라 축제를 함께 만들어가는 구성원들이 연결되는 자리이자 서로의 이야기를 응원하고 축하하는 축제를 만들고 싶다.
글: 김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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