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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마음 놓고 참여하는 북페어 만들기, 아트북페어 림

아트북페어 림은 창작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회전율보다 체류 경험을, 확장보다는 균형을 선택했어요. 덕분에 방문객은 더 여유롭고 안전하게 북페어를 관람할 수 있었죠! 아트북페어 림이 창작자를 위해 한 선택이 방문객의 경험까지 바꾼 순간을 이번 매거진을 통해 만나보세요!

by 솜프레스
2026.04.02

오래된 씨앗이 싹을 틔울때 

<아트북페어 림: 종이숲 산책클럽>은 아트센터 림과 재단법인 도운의 주최와 후원으로 시작되었다. 은사이자 아트센터 림의 관장이신 김영수 선생님의 제안으로 2025년 늦은 여름부터 함께 ‘종이숲 산책클럽'이라는 부제와 테마를 정하고 다양한 창작자들의 책과 작업이 모여 하나의 숲을 이루는 모습을 그리게 되었다. 아티스트와 디자이너 섭외 과정에서도 선생님의 지지덕분에 지난 8년간 솜프레스와 호흡을 맞춰온 스튜디오멜란지와 협업하고 포스터를 비롯한 주요 아트워크를 기획과 함께 직접 진행해 시각적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다. 아트센터 림의 제안, 방향을 함께 고민한 디자이너, 그리고 주제에 공감해 참여해 준 창작자들이 차례로 연결되며, 오랜 시간 축적된 관계와 경험이 모여 완성하는 여정이 시작된 셈이다.

나무와 풀, 새와 열매, 이끼와 버섯같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종이숲

창작자 중심의 아트북페어라는 목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아트북페어에서 관람객들이 기대하는 것은 각자의 세계를 펼쳐 보이는 창작자와 창작물을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참가팀을 존중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는 것이 아트센터 림의 유일한 당부이기도 했다. 아트센터 림의 관장님과 기획에 집중한 나 또한 내향형 창작자다. 아트북페어의 현장 스태프 또한 창작 기반의 학과에 재학 중이거나 실무 중인 분들이 함께해 주었다. 어디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무엇을 필요로 할지 공통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비슷했다.

참가팀은 북페어, 일러스트레이션페어, 아트페어 등에 참여하며 책을 만드는 출판창작자들을 두루 살피고 초대했다. 새로운 형태의 소규모 아트북페어이기 때문에, 참가팀과 신뢰를 다져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참가팀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단톡방이 아닌 구글 폼과 전체 공지 메일로 진행했다. 11월 첫째 주부터 2월 첫째 주까지 총 8회의 전체 메일이 발송되었으며, 메일의 마지막에는 다음 메일이 발송될 날짜와 내용을 미리 안내했다. 일정 진행뿐만 아니라 이번 아트북페어를 준비하는 취지와 태도 등을 창작자이자 기획자의 관점으로 참가팀이 무리하지 않고 창작물의 내용과 수량을 준비하도록 안내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모든 참가팀이 조용한 열정을 가지고 준비해 주셨다. 특히,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멜란지의 사려 깊은 제안 덕분에 공식 포스터 업로드를 시작으로 홍보가 자연스럽게 번져 가고 커스텀 포스터를 피그먼트 프린트해 전시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함께 숲을 만들어간다는 방향성으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 모두 진행 과정을 함께해 주신 참가 팀의 진심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아트북페어는 내향인의 축제: 즐거운 안도감, 조용히 존재할 자유

휴게공간을 마련한 이유는 겨울이라는 계절적 조건과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했다. 2025년 서울국제도서전에 솜프레스는 처음으로 일반 부스로 참여해 많은 관람객을 만났고, 역대 최대 매출이라는 성과도 얻었지만, 행사를 마친 뒤에는 번아웃을 경험했다. 행사장 내외부의 압도적인 인파 속에서 오히려 부스 안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졌고, 이는 부스 밖에서 이동하며 관람하는 사람들의 피로도가 얼마나 높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입장을 위해 길게 서 있는 줄, 빠르게 구매하지 않으면 곧바로 품절되는 책과 물건, 소비 중심의 인증 사진은 북페어의 열기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모든 북페어가 그래야 할까 궁금해졌다. 서울국제도서전은 1년에 단 5일 동안 수십만 명이 방문하는 대규모 행사이고, 그 규모에서만 가능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러나 모든 북페어가 같은 방식일 필요는 없으며, 소규모 행사만이 시도할 수 있는 운영 방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이번 행사는 무료 입장, 사전 예약 70%, 현장 입장 30%의 구조로 운영되었다. 아트센터 림 안에서 짧은 시간 동안 수용 가능한 인원과 프로그램 운영의 밀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동시에 디지털 접근이 어려운 관람객을 고려해 현장 입장 비율을 남겨두어 접근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시간별 사전예약 방식은 독립출판만화 판매전 칸새가 수년간 진행해 온 사례를 참고하였다. 다만 시간대별로 입장 인원을 나누는 것에, 입장 시간과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겹치는 30분의 완충 구간을 새로이 추가해 흐름을 설계했다. 이는 관람객의 동선이 지나치게 정체되거나 반대로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것을 피하고, 천천히 산책하듯 머무를 수 있는 북페어의 리듬을 만들고 싶었던 바람을 이해한 아트북페어 림의 사진가 조재무 작가의 아이디어가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시간별 사전예약제는 단순한 인원 통제가 아니라, 관람의 밀도와 체류 경험을 조율하기 위한 소규모의 북페어의 선택이었다.

아트북페어는 내향인의 축제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사랑하고 책의 물성을 이해하며 아름다운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보다 충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좋아하는 것이 비슷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즐거운 안도감을 주지만, 내향인에게 조용하게 있을 공간은 필수이기에 휴게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수였다. 휴게공간에는 참가팀이 완성한 문장들과 커스텀 포스터, 대표 서적이나 원화들이 전시되었다. 일부러 참가팀이 2곡씩 선곡해 완성한 플레이리스트도 틀지 않았고 길고 커다란 백색 종이에 문장을 쓰거나 그릴 수 있게 준비했다.

숲에서는 누구도 무리하지 않는다

참가팀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점은 관람객의 태도였다. 다양한 페어에 참여해 온 분들조차도 참여 피로도가 낮았다고 이야기했는데, 이는 관람객의 배려와 관람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책과 작품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다소 깊고 어려운 이야기가 이어지더라도 대부분의 관람객이 끝까지 경청하고 자신의 감상을 나누었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또, 관람객 대부분이 초대받은 느낌이 들어 좋다는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단순한 소비 중심의 방문이 아니라, 창작물과 창작자를 존중하고 현장을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일까? 명확한 이유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는 아트북페어', '숲에서는 누구도 무리하지 않는다'는 말한 적 없는 의도가, 자연스럽게 실현된 것 같아 뜻깊었다.

기획안을 노션으로 진행한 것은, 타임라인에 따른 기록과 공유 과정뿐만 아니라 결과에도 의미가 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안내가이드와 운영가이드는 그동안 참여한 수많은 국내외 아트북페어와 전시 등에서 체감한 것을 바탕으로 좋았던 것은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아쉬운 것들은 덜어냈다.

아트센터 림에서는 진행하는 내내 비용보다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권하셨다. 비용에 큰 제한이 없다고 해도 자연과 산책을 테마로 한 아트북페어이기에 생태감수성이 높은 사람들이 모일 거라고 판단했다. 2일간의 행사를 위해 재활용, 재사용되지 않는 폐기물이 많이 나오는 디스플레이는 행사와 결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운 공간 안에서 개성 강한 다수의 시각 창작물이 공개되는 행사이기에, 균형감 있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한칸과의 협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기능적, 시각적으로 완성도 높은 부스 덕분에 북페어 현장이 빛을 발했고, 설치와 해체까지 전담팀에서 진행해 폐기물 제로라는 점에서도 좋았다. 현장에서 사용되는 안내물과 게시물은 모두 종이를 사용했다. 메인포스터를 위해 제작한 오리지널 판화(실크스크린) 과정에서 생긴 종이와 샘플, 또 소장하고 있던 펠트와 린넨, 면 등을 활용해 모든 오브제를 창작자모드로 직접 만들고 통로와 종이숲 안내센터 주변을 꾸몄다. 대부분의 오브제들은 행사 후에 재사용을 위해 보관 중이다.

나무 심는 사람들 

놀랍게도 '창작자 중심 아트북페어'의 모습은 대부분 실현됐다. 처음부터 규모를 키우는 것보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창작자와 관람객이 충분히 머물며 밀도 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희망했기에 회전율 보다 체류 경험을, 확장보다는 공간과 프로그램, 인원의 균형을 유지하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그렇기에 겨울이라는 계절적 조건 속에서 관람객이 밖에서 오래 대기하지 않도록 하고, 행사장에 머무는 동안 편안하고 안전한 시간을 보내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더불어 방문한 어린이가 행복함을 느낀다면, 더할 나위 없다고 생각했다. 행사장 입구의 종이숲 안내센터에서 방문한 어린이를 위한 자연우표 모음을 증정한 것도 그런 욕심에서였다. 어린이들은 선물받은 우표가 생소했지만, 함께 방문한 보호자분들은 매우 기뻐했다. 아트북페어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한 어린이가, '엄마, 이곳에 올 수 있게 예약해 주어 고마워'라고 말하는 모습을 마주할 때는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행사 기간 내내 이어진 강한 한파로 인한 일부 노쇼 상황은 무료 사전 예약제의 한계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한 명이라도 더 안내하고자 자발적으로 움직인 현장 스태프들의 태도는 모두의 마음이 모인 공동의 프로젝트임을 깨닫았다. <아트북페어 림: 종이숲 산책클럽>은 아트센터 림의 제안과 솜프레스의 기획에서 출발했지만, 준비 과정에서 디자이너, 참여팀, 사진가, 현장 스태프 등 각자의 위치에서 행사의 방향을 고민해기에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아트북페어 림은 특정 개인의 기획을 넘어, 각자가 자신의 몫을 묵묵히 수행하며 함께 만들어낸 살아 있는 하나의 숲에 가까웠다. 함께 심은 나무들이 서로 다른장소와 각자의 방식으로 이이지는 숲이 되기를 바란다.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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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프레스
에디터 솜프레스

솜프레스는 2018년부터 서울을 기반으로 배현정이 운영하는 1인 출판사이자 그림 스튜디오입니다. 자연에서 솜 같은 순간들을 모아 문장을 만들고, 실을 짜고 천을 깁듯이 글과 그림을 지어서 포근한 옷 같은 책과 물건을 만들어 갑니다.